듀얼 브레인
AI 시대의 실용적 생존 가이드
저자: <이선 몰릭> 저/<신동숙> 역
출판사: 상상스퀘어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이코노미스트〉 선정 2024년 올해의 책
★ 아마존 선정 2024년 과학 분야 올해의 책
『듀얼 브레인』은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다. 저자 이선 몰릭은 〈타임〉에서 선정한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여러 AI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고, 와튼 스쿨에서 교육에 AI 활용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저자가 생성형 AI를 둘러싼 모든 것에 관한 최고의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AI를 둘러싼 장밋빛 미래와 종말론의 소음을 뚫고, AI라는 동료와 함께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챗GPT를 비롯한 LLM의 특징과 한계에 관해 명확히 알려 주고, AI를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원칙과 방법을 설명한다. 그리고 AI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전문적인 시각에서 분석한다.
“2025년은 AI에 결정적 한 해가 될 것이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의 말대로 전 세계가 AI 전쟁에 돌입했다. 눈앞에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AI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안다면 새로운 세상에서 누구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주목한다면, 그 기회는 당신의 몫이 될 것이다.
EBS 라디오 입이 트이는 영어 2025년 3월호
EBS FM 시리즈
저자: 이현석
출판사: 동아출판
영어 말하기 실력 배양을 위한 신개념 스피킹 전문 교재
★ 제품 특장점 ★
- 다양한 청취자 신청 주제를 반영한 스피킹 전문 교재
- 생생한 대화문으로 익히는 실전 회화 연습
- 각종 영어 말하기 시험 완벽 대비
- 방송일 오후 1시~4시 저자와 실시간 소통
[단독] 2025 국가 9급 대비 시험왕 이형재 행정학 기출변형과 신유형, 형제모의고사
저자: <이형재> 저
출판사: 순도북스
'기출변형과 신유형’ 형제 모의고사는 실전 감각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1. 1~6회는 기출변형 모의고사, 7~12회는 신유형 예상 모의고사로 구성하였습니다.
1~6회는 2024~2019년 국가 9급 기출문제를 변형한 문제로 구성하였습니다. 국가 9급 최근 7개년 기출문제를 풀어본 후 최신 기출문제를 변형한 문제로 연습해보면서 응용력을 길러봅시다.
7~12회 모의고사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예상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지문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모든 문제는 최신 경향을 반영한 기출문제와 새행정학3.0 등의 교과서, 개정법령 등에 근거하였습니다. 특히, 새로운 주제의 문제, 새로운 형태의 지문을 대폭 보강하여 생소한 지문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2. 3단계 해설을 통해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STEP 1
‘주소 찾기(출제영역 파악하기)’입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1장(행정학의 기초이론)
→ 2장(정책학) → 3장(조직론)’의 순서로 출제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가 어디에서 출제되었는지를 떠올려야 보다 빠르게 지문의 정오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단권화 정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출제영역에 대한 요약노트와 퀵시트의 페이지를 적시하였습니다
STEP 2 ‘지문읽기’를 통해 다시 문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의에서는 어떤 단어를 정확하게
읽어야 답을 찾을 수 있는지를 해설하였습니다.
STEP 3 ‘해설’에서는 각 지문별 자세한 해설을 통해 왜 옳고 그른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시험막판에는 문제 푸는 스킬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 풀이 TIP을 추가하여 정오판단하는 스킬을 해설아래에 추가하였습니다. □는 놓치지 않고 보아야 할 단어, ○는 확실하게 옳은 지문으로 판단하는 기준, △는 시험장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지문내용, Ⅹ는 확실하게 틀린 지문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적시 하였습니다. 실제 시험장에서 ‘□○△Ⅹ’를 활용하여 명확하게 정답을 찾을 수 있도록 연습합시다.
3. 추가적인 연습문제로 합격까지 함께합니다.
1년 내내 ‘오픈카톡방’을 운영하여 여러분들이 꾸준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오픈 카톡방은 시즌제(시즌1~5, 7급 대비)로 꾸준히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매주 월~목 오후 1시 행정학을 복습하실 수 있도록 학습자료를 올려드리고, 오후 9시~9시 30분까지는 수험상담도 진행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형재 행정학&공부법 네이버 카페에서 오픈카톡방 운영 공지 사항을 참고하세요.
또한, 시행처별, 연도별로 문제를 풀어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국가/지방 9급, 국가/지방 7급, 군 무원 7/9급, 경찰간부, 경찰승진, 소방간부, 국회 8/9급, 해경간부, 해경승진, 행정사 등에 대한 최근 3~8개년 기출문제 및 해설(개정된 법령 반영)을 제공해드리고 있으니 다양한 문제를 연습 해보세요(이형재 행정학&공부법 네이버 카페’에서 자료로 제공됩니다)! yes24 등의 서점에서 연도별 기출해설 등의 여러 무료이북이 제공되고 있으니, 학습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실전 연습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양질의 문제를 통해 실전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고득점으로 합격합시다!
스킵과 로퍼 11권
저자: <타카마츠 미사키> 저
출판사: 시프트코믹스
소중한 친구들과 보내는 고등학교 2학년 생활,
계절은 드디어 수학여행을 향해☆
고등학교 생활 절반이 지나갔음을 실감하며,
미츠미와 소스케, 둘이 주고받았던
약속의 날이 찾아온다――!
환율의 대전환
경제 질서의 변곡점에서 글로벌 통화의 미래를 말하다
저자: <오건영> 저
출판사: 포레스트북스
“주식도 부동산도 불안한 지금,
부자들은 왜 달러, 엔, 금에 주목하는가”
달러, 엔, 금의 메가 트렌드와 현명한 투자 방법을 담은 한 권의 책
*** 50만 독자가 열광한 『부의 대이동』, 『위기의 역사』 저자의 최신작
*** tvN 〈유퀴즈〉, CBS 〈세바시〉 출연 화제의 인물
*** 뉴스를 보는 눈이 트이는 특별부록 「오건영의 시크릿 경제 클래스」 수록
세계 경제를 둘러싼 금리라는 환경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달러, 엔, 금 같은 주요 통화는 어떤 흐름을 이어가게 될까. 지금까지의 패턴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큰 변화가 벌어질지 단언할 수 없는 지금이다. 이에 대한민국 최고의 거시경제전문가 오건영 저자는 이번 신간을 통해 지금의 흐릿한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전한다. IMF 외환위기 처음으로 나타난 달러원 환율 1400원, 엔화의 초강세, 연일 최고점을 갱신하는 금 가격까지 지금의 이슈를 만들어 낸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현명한 투자 방법에 대한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다.
EBS 라디오 POWER ENGLISH 2025년 3월호
EBS FM 시리즈
저자: 크리스틴 조
출판사: 동아출판
프리토킹에 강해지는 테마 영어
★ 제품 특장점 ★
- Daily Life에서 Culture, Travel, Science, Business까지 지루할 틈 없는 요일별 테마 구성
- 실용적이고 유쾌한 내용의 흥미진진한 Dialog
- 두 원어민 진행자의 쉽고 명쾌한 100% 영어 강의
매일성경[개역개정] 2025년 3-4월호(누가복음 8-24장, 아가)
저자: <성서유니온 출판부 저자> 저
출판사: 한국성서유니온선교회
매일성경은 성서유니온선교회(SCRIPTURE UNION)가 지난 50년간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꾸준히 발행해 온 큐티 노트입니다. 매일성경의 소명은 그리스도인들이 매일 성경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도록 돕는 일입니다. 이 목표를 위해 독자가 최대한 성경 분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곁가지들은 과감히 생략하고 대신 성경 본문의 이해를 돕는 해설과 적용을 풍성하고 충실하게 제공합니다.
. 매일성경은 신구약 성경 66권 전체를 차례대로 같은 무게로 다룹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잊히고 멀어진 본문이 없도록 모든 성경 구절에서 감춰진 보물을 찾아냅니다.
. 매일성경은 모든 연령의 그리스도인을 대상으로 눈높이를 맞춘 매일성경을 제공합니다. 유아, 어린이, 청소년, 청년, 성인, 시니어를 위한 매일성경이 모두 준비되어 있습니다.
. 매일성경은 한글 사용자 외에도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하는 그리스도인을 위해 영한매일성경과 한중매일성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같은 본문의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나누는 즐거운 상상이
매일성경을 통해 현실이 됩니다.
나는 보았습니다
삶과 죽음 그 너머의 경이로운 이야기
저자: <박진여> 저
출판사: 김영사
세계가 주목하는 전생 연구가 박진여 소장이 전하는 삶의 이유와 성장의 길전생과 미래생, 물질과 영혼, 생명과 우주,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리딩과의 대화전생 리딩(Reading) 상담가 박진여 소장의 5년 만의 신작! 타인의 전생을 읽는 특별한 영적 능력으로 ‘잠자는 예언자’ 에드거 케이시와 비교되며 국내외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그녀가,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궁금증을 우주와 미래로 확장하여 23개의 질문과 답으로 풀어냈다. 탄생과 죽음을 관장하는 카르마의 원리부터 영혼의 윤회와 영적 성장의 길, 신인류의 탄생과 대한민국의 미래, AI와 기후위기의 위협과 해법, 우주의 법칙과 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등 다채로운 주제가 펼쳐진다. 개인의 인연법부터 인류의 미래 예언까지 생생한 리딩을 통해 저자가 본 통찰과 비전은, 인류의 오랜 정신적 전통은 물론이고 현대 과학과도 만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이 책이 생명과 사랑을 일깨우고, 감동과 깨달음을 전하며, 치유와 성장의 길로 독자를 안내할 것이다.
EBS 라디오 EASY ENGLISH 2025년 3월호
EBS FM 시리즈
저자: 이보영, 남주철
출판사: 동아출판
말문이 열리고 입에 착 붙는 영어!
할 말은 하는 쉽고 확실한 영어회화!
영어 교육 최고 전문가의 집필과 강의
★ 제품 특장점 ★
- 회화에 꼭 필요한 학습, 대화문을 분해하여 어순을 익히고 적용된 패턴을 학습하고 응용하기
- 회화에 꼭 필요한 기술, 같은 뜻을 다른 문장으로 표현해 보면서 다양한 표현 익히기
- 회화에 꼭 필요한 훈련, 기본 문장 패턴의 반복 & 핵심 단어의 대체 훈련으로 문장력 키우기
소프트웨어 리터러시
저자: <김대수>,<김경동>,<강영민>,<박동규>,<반병현>,<천인국>,<윤성현> 저
출판사: 생능출판사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 그리고 이러한 기기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각종 소프트웨어(SW)는 이제는 우리 일상생활의 필수 도구가 되었다.
이러한 도구들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SW가 어떻게 작동하고 SW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본 교재는 단순히 SW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사용하는 SW의 제작과정과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초 지식, 이른바 SW 리터러시를 다룬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을 보다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고방식과, 본인의 전공을 포함한 생활 속 다양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bookdatalab
2025. 3. 31. 14:26
2025. 3. 31. 14:26
혼모노
저자: <성해나> 저
출판사: 창비
마침내 도래한 한국문학의 미래, 성해나의 신작
2024 예스24 독자가 선정한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작가 1위’ 성해나 소설가의 신작.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마주한 삶을 그린 표제작부터 원정 출산으로 갈등을 겪는 가족 이야기까지, 다양한 서사와 세태를 담아냈다. 설명하는 게 아닌, 진정한 ‘보여주는 소설’이 무엇인지 증명하는 소설집.
BY 2025.3.28 김유리 PD
야생의 본능을 상실한 호랑이는 무기력하게 몸을 내어주고 있었다. 미약하게 그르릉거리는 순간도 있었으나 사육사가 고무망치로 앞발을 내리치자 금세 잠잠해졌다. (…)
어쩐지 죄를 저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흥분되었다.
그건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죄의식을 동반한 저릿한 쾌감. 그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 어떤 모럴.
떨쳐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미 일어난 일은 없던 일이 될 수 없으니까.
--- pp.64-65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중에서
수많은 배지에 그 남성의 초상이 담겨 있었다. 군복을 입고 엄숙한 표정을 지은 채 허공을 가리키고 있는 남성. 미스터 김에게 이 남자는 누구냐고 묻자 그가 화색을 띤 채 외쳤다.
나의 대통령입니다!
그의 표정은 단연 오늘 하루 중 가장 밝았다. 말보다 마음이 더 앞서는지 흥분된 어조로 존경, 친애 같은 단어를 쏟아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입니다.
한국 대통령의 초상이 담긴 배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초상 뒤편에 넘실대는 ‘타이극’ 문양이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을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한국의 링컨 같은 존재인가.
--- p.105 「스무드」 중에서
동자님, 입이 쓰면 사탕이라도 드릴까요?
동자들이란 달콤한 것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하는 법. 사탕이라도 물릴 요량으로 찬장을 여는데 등 뒤에서 웅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수할멈이 점지해줬어. 네놈 앞집에 들어가라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얄궂은 악연의 시작. 혹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신애기 쪽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신애기가 조소했다.
신빨이 다했다더니 진짠가보네. 할멈이 나한테 온 줄도 모르고.
그애는 살기 어린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 p.120 「혼모노」 중에서
이것은 나와 저애의 판이다. 누구의 방해도 공작도 허용될 수 없는 무당들의 판이다.
(…) 이제는 내 차례다. 수박도 쩍 갈라놓을 만큼 밤새 매섭게 벼려놓은 칼날이 살갗에 닿고 신경을 지난다. 나를 보는 신애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피가 흐르고 있겠지. 이미 입안에서도 비릿한 피비린내가 진동하니까. 하지만 중요치 않다. 아픔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 p.150 「혼모노」 중에서
삼십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 p.153 「혼모노」 중에서
제가 선생님의 뜻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빛이 인간에게 희망뿐 아니라 두려움과 무력감을 안길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창이 필요했던 건데…… 저는 완전히 반대로 생각했으니까요.
여재화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구보승은 화색을 띤 채 말을 이었다. 빛이 공간의 형태를 드러내 조사자에게 두려움을 심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무력감을 안길 거라고.
희망이 인간을 잠식시키는 가장 위험한 고문이라는 걸 선생님은 알고 계셨던 거죠?
--- pp.191-192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중에서
사람들과 섞여 시시한 이야기를 나누다 딤섬을 입에 넣었다. 입안에서 얇은 피가 터지며 뜨거운 육즙이 흘러나왔다.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서로의 그릇에 음식을 덜어주고 술잔을 채워주며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정이 흘러넘치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그 안에서, 나는 뜨거운 딤섬을 차마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 p.240 「우호적 감정」 중에서
시부의 말처럼 나 정말 미친 게 아닐까. 미쳐서 손윗사람에게 부려서는 안 될 표독을 부린 게 아닐까. 도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게 아닐까. 그의 말처럼 나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내 아이에게 지게 한 건 아닐까. 그런데…… 내가 미쳤다면, 정말 미쳤다면 무엇이 나를 미치게 한 걸까.
--- p.286 「잉태기」 중에서
람슈타인, 모터헤드, 주다스 프리스트…… 잊고 싶었지만 깊숙이 잔존해 있던 여러겹의 기억. 귓가로 흘러들어와 온몸을 한바퀴 훑고서도 빠져나가지 않던 격렬한 열기. 어둠 속에 무엇이 있는지 두려워하지 않고 한길을 내달리고 같은 꿈을 꾸던 소년들……
내면소통 명상수업
저자: <김주환> 저
출판사: 인플루엔셜
명상, 과학적인 마음 근육 단련법
현대사회에서 명상은 보편적인 문화다. 심리 치료, 동기 부여, 건강 유지 등 폭넓게 활용 중이다. 명상을 뇌과학과 결합하여 마음 근력 단련법을 알려온 김주환 교수의 신작이 출간됐다. 『내면소통 명상수업』은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에서부터 실천법을 명쾌하게 알려준다.
BY 2025.3.28 손민규 PD
마음 근력은‘마음’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마음 근력’이라는 말 자체가 이러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그러나《내면 소통》과 유튜브 강의를 통해 여러 번 강조했듯이 몸과 마음은 한 덩어리다. 뇌는 몸이면서 동시에 마음에 관한 것이다. 감정은 통증과 마찬가지로 몸의 문제다. 나는 지금 몸과 마음의‘연결성’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연결’되어있다는 것은 별개인 두 개의 실체가 어떠한 연결고리를 통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몸과 마음은 그러한 두 개의 별개 실체가 아니다.‘나’라는 하나의 존재에 들어있는 다양한 기능과 측면이 곧 나의 몸과 마음인 것이다.
--- 「서문」 중에서
현대인은 대부분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편도체가 늘 활성화되어 있다. 마음 근력 훈련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편도체를 안정화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 내면 소통 명상을 통해 불필요한 공포나 두려움을 줄이고,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완화해야 한다. 즉위 급한 순간에도 편도체가 아니라 전 전 두리 질 이 주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뇌의 기능적 습관을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마음 근력훈련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하나는 편도체 안정화 중심의 훈련이고, 다른 하나는 전 전 두피 질 활성화 중심의 훈련이다. 이것이 바로 내면 소통 명상이‘편한 전활(편도체 안정화와 전 전 두피 질 활성화)’을 강조하는 이유다.
--- 「마음근력이란 무엇이며 왜 키워야 하는가」 중에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은 바로 이‘공포 학습’효과를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큰 두려움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공포 회로가 형성된다. 이 상태에서는 사소한 자극에도 편도체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마디로 쉽게 짜증 내고 자주 분노하는 예민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속담에서 주목할 것은 자라 보고‘놀라는’것이 마음이나 생각이 아니라‘가슴’이라는 사실이다. 즉 편도체 활성화는 심장박동의 이론 편:내면 소통 명상을 위해 배워야 할 것들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은 쉽게 심박이 불규칙해지는데, 뇌에서는 불규칙한 심박 신호를‘불안’이나‘분노’의 감정으로 해석한다. 이처럼 불안이나 분노는 마음의 문제라기보다는 몸의 문제다.
--- 「편도체 안정화와 전전두피질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 중에서
우리는 보통‘나는 원래 이러저러한 사람이다’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이러한 믿음은 자신이 변화할 수 없다는 환상을 낳으며, 마음 근력훈련에 대한 확신과 꾸준한 노력을 방해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라는 생물학적 요소에 의해 자신의 능력 수준과 행동 유형이 결정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신체적 형질이나 외형에 유전자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취 역량, 감정 조절, 성격, 행동양식 등은 결코 유전자에 의해‘결정’되지 않는다.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많은 부분 역시 후천적 환경과 경험을 통해 재구성된다.
--- 「마음근력 훈련 효과의 근거 - 신경가소성과 후성유전학적 관점」 중에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불안감을 단순히 부정적인 마음 상태로 오해하곤 했다. 그래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생각을 바꾸거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이다. 불안감은 어떤 생각이나 마음 상태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신체의 특정한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불안감은 뇌의 편도체의 활성화에 따른 신체적 반응에서 비롯된다. 심장박동의 불규칙한 변화, 호흡의 가 빠짐, 내장과 근육들의 긴장 등이 발생하고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동반하는데, 이러한 신체 변화에 관한 신호를 우리의 의식이 특정한 감정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 「감정은 몸의 문제다 - 불안장애와 만성통증」 중에서
감각은 크게 외부감각과 내부감각으로 구분된다. 외부감각은 시각?청각?후 각?미각?촉각 등 외부환경의 자극을 인식하여 주변 세계를 이해하도록 돕고, 내부감각은 심장박동?호흡?장운동?체온조절?근육긴장도 등 신체 내부의 상태를 감지하여 감정형성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감정은 신체 상태에 대한 신호를 뇌가 해석한 결과다. 따라서 내부감각을 정밀하게 알아차리는 내면 소통 명상은 편도체 안정화를 위한 훈련의 핵심이 된다.
--- 「내부감각 명상 - 감각과 신체를 통한 감정조절」 중에서
자기 확언은 스스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기반한 행동양식을 형성해 준다. 또한 전 전 두피 질 신경망의 활성화를 촉진하여 마음 근력을 증진하는 효과도 있다. 긍정적 내면 소통으로서의 자기 확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긍정적 태도를 갖게 해주며, 이는 전반적인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진다.
--- 「자기확언과 자기가치확인 이론」 중에서
감사하기는 단순히 긍정적 정서 유발에 그치지 않고 뇌와 의식에 깊은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마음 근력훈련이다. 감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기 긍정과 그러한 것이 타인으로 왔다는 것을 인식하는 타인 긍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많은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감사는 전 전 두피 질과 안 와 전 두피질을 활성화하며,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을 높여주고, 면역력을 증진한다. 그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문제풀이 능력 같은 인지능력도 높인다.
--- 「여섯 가지 자타긍정 - 전전두피질의 활성화를 위하여」 중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스스로 짜서 매일 수행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일지를 써보기를 권장한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것은 명상수행을 해 나가는 데 있어 커다란 즐거 움과 에너지가 된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자신의 감정 상태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명상일지를 써야만 가능한 일이다. 자신만의 명상 프로그램을 짜서 진행해 본 후에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을 위해 명상 프로그램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명상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프로그램을 짜주고, 가이드까지 조금씩 해주면서 같이 명상하다 보면 어느새 명상전문가로 성장하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내면소통 명상 시작하기」 중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한 명상 가이드를 들으면서 따라 하는 명상은 강력한 내면 소통의 효과가 있다. 내가 나에게 나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녹음을 몇 번 반복할수록 점점 더 그럴듯한 명상 가이드가 될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한 수면 유도 명상으로 깊이 잠들 수 있다면 당신은 새로운 차원의 내면 소통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별별 직업 상담소
저자: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권남희> 역
출판사: 주니어김영사
요시타케 신스케, 깊고 넓은 직업의 세계
일은 왜 해야 하는 걸까? 직업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질문을 통해 일의 본질을 재치 있게 탐구하는 한편, 일의 소중함을 되새겨준다. 언젠가 일을 할 어린이, 언제나 일을 하면서도 고민이 많을 어른들에게 실마리를 쥐여 주는 책.
BY 2025.3.28 김현주 PD
‘어떤 직업을 갖는가’는 ‘어떻게 살아갈까’와 거의 같은 말이에요.
‘나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가’, ‘내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위해 일을 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요.
--- p.5
무언가를 선택할 때 “왠지 이 같아.”라든지 “뭔가 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은 의외로 잘 맞을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지금 왠지 재미있어 보이는 것’으로 일단 결정해도 괜찮아요.
--- p.23
처음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뜻이잖아요.
일단 자기 힘으로 살아간다면, 여러 가지 일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되지요. 이건 정말로 멋진 일이에요.
--- p.24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다면,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면 돼요.
당신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일은 분명 당신에게 잘 어울렸을 테고, 그런 일은 하나만 있지 않을 거예요.
--- p.41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해요.
어른들도 종종 잊어버리지만, 그것이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지요.
자신에게 다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다정하게 대하지 못해요.
--- p.82
긴 책장 서점:
모레는 특별 운행! 밤 11시쯤, ‘어른의 책’을 엄선해서 찾아갈 예정입니다!
정관스님 나의 음식
저자: <정관스님>,<후남 셀만> 저/<베로니크 회거> 사진/<양혜영> 역
출판사: 윌북(willbook)
사찰음식의 대가, 셰프들의 셰프 정관스님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로 전 세계가 주목한 사찰요리 명장 정관스님의 첫 요리 에세이. 정관스님의 삶과 사찰 음식 50년 수행의 정수를 담은 58가지 사계절 레시피를 담았다. 음식을 통해 삶을 정갈히 돌보는 법을 알려주는 정관스님의 특별한 레시피는 분주한 일상 속 조용한 위로가 되어준다.
BY 2025.3.28 백정민 PD
어떤 이야기에는 마법 같은 힘이 있어 시간이 흘러도 마음에 울림을 남긴다. 정관스님의 이야기가 그랬다.
---「첫 문장」중에서
“각각의 식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언제 자라나고 꽃을 피우는지, 언제 어떤 맛이 나며, 언제 수확하는 게 가장 좋은지를 꼼꼼히 알아야 하지요. 그래야 부드럽거나 질기고, 달거나 쓴 맛을 내는 식재료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어요.” 스님은 호박, 죽순, 연근을 잘라 단면을 보여주며 서로 얼마나 다른지, 또 각각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한다. 바구니에 온갖 푸성귀를 가득 담으며 여기저기 조금씩 뜯어 맛을 본다.
---「천진암에서 스님의 일상」중에서
“저는 셰프가 아니라 수행자입니다.” 정관스님은 자주 강조한다. 수행자란 ‘행동과 습관을 바꾸려고 힘쓰는 사람’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언제나 좋은 습관과 긍정적인 마음, 타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갖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수행은 한순간 이루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의 수행자다. ‘수행자를 위한 음식’이란, 어쩌면 삶에서 스스로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모든 이를 위한 음식일 것이다.
---「천진암에서 스님의 일상」중에서
제가 출가한 지 7년째 되는 해에 아버지가 처음으로 저를 보러 절에 오셨어요. 그때 저는 잠시 동화사가 아닌 수원에 있는 불교학교인 강원(중앙승가대학교)에 가 있을 때였는데, 편지가 오길 아버지가 저를 찾아오셨다고 했지요. (...) 그래서 저는 아버지와 함께 솥 하나와 표고버섯, 들기름, 간장, 조청을 들고 산에 올라갔습니다. 아버지에게 불을 지펴달라고 하고, 저는 표고버섯 조청 조림을 준비했지요. 조림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음식이에요. 아버지는 표고버섯 조청 조림을 한 그릇 다 드시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는 줄 몰랐다고, 고기보다 맛있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혼자 어떤 생각을 하시는 듯했어요.
---「정관스님 이야기」중에서
절에서는 국수 요리를 ‘승소’라고 한다. ‘스님의 미소’라는 뜻이다. “오늘 국수 먹을까요?”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해 저녁 메뉴가 정해지면 다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분주해진다.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안반과 홍두깨를 꺼내 국수 반죽을 밀고, 누군가는 텃밭에 가서 애호박과 버섯을 따온다. 옹기에서 시원한 열무김치를 꺼내오고, 누군가는 뛰어가서 장작을 더 가져온다. 국수 요리를 잘하시는 노스님이 조금은 뽐내시듯 가마솥 옆에 서서 요리 과정을 총괄하는 동안, 행자가 이렇게 묻는다. “스님, 양념장에 청양고추 썰어 넣을까요?”
---「승소」중에서
스님들은 예부터 한 달에 두 번 목욕재계하며 승복 빨래를 했다(요즘은 보통 열흘에 한 번씩 한다). 이날은 머리를 깎는 날이기도 하고, 무쇠 솥뚜껑에 노릇노릇 지진 두부구이를 먹는 날이기도 하다. 머리카락을 깎는 일은 에너지가 많이 소진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내 몸의 단백질을 잘라내는 일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삭발하는 날이면 다 같이 두부구이를 먹으며 단백질을 보충한다. 장작불에 번철(무쇠 솥뚜껑)을 올리고 들기름을 듬뿍 붓는다. 그리고 두부를 지진다. 이때 아무나 두부를 굽는 게 아니다. 구울 자(炙) 자를 써서 자색, 즉 두부 굽는 스님이 두부를 지진다. 그러면 들기름에 두부 굽는 고소한 냄새가 사찰에 퍼진다. 잘 구운 두부에 산초장아찌를 올려 먹는 게 사찰의 별미다.
---「두부」중에서
나는 장아찌 스님, 짠지 스님이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사시사철 장아찌를 담근다. 스님들에겐 3대 장아찌가 있는데, 바로 봄 제피잎장아찌와 참죽장아찌, 가을 산초장아찌다. 그중 참죽장아찌는 4월 중순에서 5월 초에 나는 첫 순을 따서 만든다. (...) 김장철 김장 무와 배추로 담는 장아찌는 정말 맛있는 밥도둑이다. 어떻게 만드는지 살짝 공개한다. 가을 김장 무를 가로로 반 쪼개 단지에 차곡차곡 쌓는다. 그 위에 무 높이만큼 소금을 퍼붓는다. 10일 정도 지나면 무가 소금에 절여져서 무에서 나온 물이 가득 차오른다. 삼복 더위에 숙성시키고 가을에 뚜껑을 열어보면 속이 노랗게 변해있다. 이렇게 1년 숙성한 것을 건져서 햇빛에 꾸덕꾸덕하게 말린다. 그런 다음...
4×4의 세계
저자: <조우리> 글/<노인경> 그림
출판사: 창비
2025 창비 좋은 어린이 책 대상 수상작
병동에서 천장의 패널을 빙고판 삼아 혼자 게임을 하던 '호'는 우연히 좋아하는 책에 메모지를 붙이며 또래 친구 '새롬이'를 사귀게 된다. 이제 서로가 없는 병원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둘만의 세계는 점점 더 넓어져 가는데. 둘의 우정은 계속될 수 있을까? 희망으로 다시 일어서는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
BY 2025.3.25 김현주 PD
다들 잠든 시간에 머리맡 등을 켜고 책을 읽으면 나만의 동굴에 들어온 것 같다. 할아버지가 코 고는 소리도 배경 음악처럼 느껴진다. 책 속의 쪼그만 인간들은 내게 말을 건다. 뭔가를 물어보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비밀을 나누기도 한다. 나는 걔네들이 좋아진다. 진짜 살아 있는 애들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다.
--- p.33
강아지 그림 옆에 내 표시를 남기며 얼굴도 모르는 아이와 친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애도 언젠가 내 그림을 발견하겠지. 무료하고 지루하기만 했던 병원이 거대한 미스터리 궁전처럼 느껴졌다. 그날부터 지나가는 모든 애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게 됐다. 이 중에 ‘강아지 독자’가 있는 거다.
--- pp.38-39
세로와 빙고 칸을 채우면서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기억하는 것, 가져 본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과 가 보고 싶은 곳 모두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져야 나오는 대답들이었다.
세로와 나 둘 다 가 보고 싶은 곳 맨 첫 칸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썼다. 그리고 언젠가 같이 가기로 약속도 했다.
이제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면 세로가 생각난다. 세로가 말해 준 세로의 단어들이 천장의 정사각형에 콕콕 박혀 있다. 그 말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누워 있는 시간이 답답하고 괴로웠는데, 이제는 더 이상 괴롭지 않다. 세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 p.62
“그럼 이제 걷는 건 포기하는 건가요?”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야. 그렇지만 호야,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그게 뭐예요?”
“살아가는 거야. 다시 살아가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
고온유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울렁거렸다. 엄마 아빠와 할아버지는 나에게 “반드시 걸을 수 있어. 희망을 가져.”라고 자주 말하지만, 사실 요새는 고온유 선생님의 말이 더 와닿기 시작한다. 걷지 못하는 것이 완전한 절망만은 아니다. 걷지 못하더라도 다른 종류의 희망들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 p.87
네 잎 클로버는 신기하게 큰 나무 주변에 많았다. 화단 안쪽까지는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해 세로만 들어갔는데, 그 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무 아래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세로의 노란 모자는 나비 같기도 하고 꽃잎 같기도 했다. 그 애는 머리카락이 없다며 모자를 절대 벗지 않았지만, 나는 세로의 동그란 머리통도 노란 모자만큼 귀여울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 p.96
나는 휠체어라는 제약이 있고, 세로는 조금만 뛰어도 금방 지쳤기 때문에 오래 놀진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우리 둘 다 완벽하지 않아서. 부족한 나와 부족한 세로가 이 세상에 둘이나 있어서. 그런 우리가 같이 있어서.
--- p.99
세로는 나를 아주 많이 웃게 했고 내 말에도 많이 웃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 일인 줄 몰랐다. 밤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로와 늘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병원 생활도 꽤 할 만할 텐데.
--- p.123
집으로 돌아와 책에 붙어 있던 모든 포스트잇을 내 방 벽에 옮겨 붙였다. 두 개 벽의 반이 가득 차도록 많은 양이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그런 말들로 가득 찬, 세로와 내가 만든 우리의 세계였다. 이 세계 안에서 난 잘 살아갈 것이다. 세로와 약속한 대로 아흔아홉 명의 친구를 만들면서. 그리고 언젠가 우린 꼭 다시 만날 거다. 그땐 세로와 아주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며 어디서든 비 온 다음 날엔 지렁이 무덤을 함께 만들어 줄 거다.
바람에 팔랑이는 노란 종이들을 보며 그런 확신이 들었다. 가로는 언제나 세로랑 세트니까. 엑스(x)축과 와이(y)축이 세트인 것처럼. 바다와 육지가 세트인 것처럼. 슬픔과 기쁨이 세트인 것처럼.
롱 윈
저자: <캐스 비숍> 저/<정성재> 역
출판사: 클랩북스
우리에게 승리보다 중요한 것
승자 독식이 당연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결과는 비극이다. 분노와 우울이 만연하다. 부정적 감정은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저자인 캐스 비숍는 승자 독식에 의문을 던진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서 경쟁 사회의 폐해를 지적하고 제로섬이 아닌 윈윈을 제안한다.
BY 2025.3.25 손민규 PD
승리와 성공을 이야기하다 보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경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곧잘 등장한다. 어떤 사람들은 획기적인 발명, 남극점 정복, 달 착륙 등 인류의 위대한 성과가 전부 경쟁 덕분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쟁이 늘 긍정적인 원동력이라고 믿으면 너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 「‘우리는 어쩌다 승리에 집착하게 되었나’」중에서
경쟁이라는 뜻의 competition은 라틴어 competere에서 파생된 단어다. 이 라틴어의 뜻은 ‘함께 노력하다’로, 그 바탕에는 합동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미가 바뀌어 다른 사람을 무찌르고 파괴하는 모습으로 설명된다. 경쟁자를 뜻하는 competitor 역시 함께하고 협력하는 대상에서 반드시 무너뜨리고 짓밟아야 할 강력한 적으로 뜻이 바뀌었다.
--- 「‘‘루저’ 부르짖는 사회’」중에서
승리에 집착할수록 패배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그리고 두려움이 동기가 되는 순간, 성공에 필수적인 창의성과 협동 능력, 성장하고 학습하며 적응하는 능력은 억제되고 만다. 두려움은 결국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스트레스는 이성적인 사고와 감정 조절을 방해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석하지도 못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승패에 집착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마는 걸까?
--- 「‘인간은 원래 그래?’」중에서
학교 내에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시스템이 있을 때, 예를 들어 수준별로 학급을 편성해 수업하는 경우에 학생들은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한다. 소위 열등반에 배정된 아이들을 독려하려는 의도일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열등반 꼬리표는 ‘패배자’라는 낙인이다. 이러한 낙인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
--- 「‘이 반에서 누가 제일 공부를 잘합니까?’」중에서
은퇴한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하나같이 스포츠로 가득했던 삶이 끝나자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스포츠가 곧 자신의 정체성이었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었기에, 운동을 그만두는 건 자신의 목소리를 잃는 것과도 같았다. 언제부터인지 성공은 매우 편협하게 정의되기 시작했고 그 기준 또한 단기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언론은 영웅이 된 스타 선수에게 열광할 뿐 이들이 얼마나 굴곡으로 가득한 길을 걸어왔는지, 얼마나 많은 성장통과 실패를 딛고 일어섰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 「‘메달에 울고 웃는 선수들’」중에서
단기 지표는 이와 연관된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목표는 동기를 부여하고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자칫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만들 수 있다. 결과 그 자체만을 위하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동료의 요청을 외면하고, 심하면 동료의 업무를 방해하기도 한다. 동료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야 보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부 균열로 인해 업무 성과는 저하되고 회사는 점점 즐겁지 않은 곳이 된다. 심각해지면 부정행위와 비리가 만연한 곳이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전직 사업가였던 한 수감자는 이렇게 말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뒷전이었습니다. 그저 어떻게 해야 사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을 뿐입니다. 규정을 잘 지킨다고 보상을 받는 건 아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처벌을 받았으니까요.”
--- 「‘반드시 1등 기업이 되어야 한다’」중에서
누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지만 테러는 승패가 갈리는 유한한 전쟁이 아니다. 기후 변화, 사회적 불평등, 치안, 빈곤 또한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이 이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승리’를 거둔 적은 없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을 때도 정치인들은 어김없이 ‘승리’나 ‘바이러스 정복’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승리하겠다는 사고방식이 실제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국가 간 데이터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효과적인 공동 대응을 방해했을 가능성이 크다.
--- 「‘전쟁, 선거, 정치에서 승리하는 법’」중에서
목적에 초점을 맞추면 자연스레 시간에 대한 관점이 확장된다. 메달을 따거나 승진을 하거나 시험에 합격하는 등 꿈을 이루는 ‘순간’에만 빠져선 안 된다. 이런 성과들이 먼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 고민해야 한다. 당신이 성공했을 때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당신이 만들고 싶은 변화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그런 다음,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자.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 「‘성공을 다시 정의하라’」중에서
회복 탄력성, 높은 성과, 리더십에 관한 최신 연구를 보면 공통적으로 한 가지 결론이 나타난다. 바로 배움이 중심이 되어야 변화에 적응하고 압박, 실패,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빨리 배우고 혁신하는 사람,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고 성찰하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다.
--- 「‘어떻게 배울 것인가’」중에서
성공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개념이다. 승자의 메달을 얻는 것보다 더 많은 부를 획득할 수 있는 더 큰 게임이 존재한다. 21세기에 승리란 무엇일까? 우리 모두 다시 정의해야 할 때다.
나는 내 생각을 다 믿지 않기로 했다
저자: <홍승주> 저
출판사: 다산북스
우리, 생각과 거리 두기로 해요
3만여 명이 선택한 심리치료 앱, 디스턴싱의 첫 책. 근본적으로 끊어낼 수 없는 부정적인 생각을 '거리 두기'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다. 심리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20가지 훈련법은 과도한 생각을 다스리고, 스스로의 마음을 돌볼 수 있도록 돕는다.
BY 2025.3.25 오다은 PD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이가 조각가 로댕Auguste Rodin의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의자에 앉아 한곳을 응시하며 골똘히 생각하는 이의 모습은 인간이 의도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생각한다고 믿게 만든다. 하지만 이 믿음은 명백한 오류이다.
--- p.33, 「생각은 자동적이다」 중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대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당신의 관심사는 생각의 내용이었다.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더 나은 생각이었다. 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큰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생각을 지나치게 밀착해서 바라보며 그것들을 제압하려고 고군분투한다는 점이다.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을 바라보면 전혀 다른 관점이 열린다. 생각을 ‘나’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을 수 있다.
--- pp.48-49, 「생각과 거리가 가까울 때 문제가 발생한다」 중에서
텅 빈 마음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생각을 멈추려고 애쓰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회피할수록 강해진다. 마음을 치유한다고 알려진 모든 방법은 고통을 제거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생각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마음속 생각들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행복이나 평온, 이완은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매 순간을 그런 감정으로만 채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더 깊고 본질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다.
--- pp.117-118, 「회피할수록 강해진다」 중에서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갖고 싶지 않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연습으로 그들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대신 감정과 더 편안하게 관계 맺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나의 마음속에 떠오른 심리적 사건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가 그것들을 담을 수 있는 더 큰 그릇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것들을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경험할 수 있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이 사실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당신의 삶은 이미 크게 변화해 있을 것이다.
--- pp.184-185, 「감정은 하나의 심리적 사건이다」 중에서
우리가 내면의 심리적 사건, 특히 생각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하는 건 실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당신은 구토를 한다고 해서 그것을 자신으로 여기지 않는다. 구토는 몸에서 나온 것이지만 우리는 이를 자신과 이질적이며 불쾌한 것으로 여긴다. 생각 또한 구토와 마찬가지로 떠올랐다가 배출되어 지나가는 것이지만 우리는 생각을 구토처럼 흘려보내지 못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하지만 ‘나’를 알아차리다 보면 우리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 모든 것들이 우리가 누구인가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 pp.216-217, 「‘나’는 착각이다」 중에서
언젠가 몸이 무겁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 때 지금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마음속에 팝콘처럼 떠오른다면, 오른손을 아주 높이 들어보자.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해보자. 생각과 별개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생각과 거리를 둔 나는 선택할 수 있다. 가치에서 시작해 밖에서부터 안으로. 이것이 행동 변화의 핵심이다.
--- pp.284-285, 「행동은 생각이 아니라 ‘나’가 하는 것이다」 중에서
분노나 좌절감이 ‘나’를 흔들도록 내버려두지는 말자. 그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며 생각을 곱씹지 말자. 생각과 감정은 ‘나’가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치로 나아가기로 선택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다음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삶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이며, 적어도 ‘방향’에 있어서는 실패란 없다. 사소해 보일지라도 단계적으로, 점진적으로, 그리고 우직하게 나의 가치를 향해 기꺼이 나아가자.
에디터의 기록법
저자: <김지원> 등저
출판사: 휴머니스트
이 시대에 ‘잘’ 기록하는 법
수많은 정보가 생성되며 휘발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남겨야 할까? 날것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에디터 10인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뉴닉, 폴인, 캐릿 등 자신의 관점으로 유의미한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이들의 일상 철학부터 업무 노하우까지, 이 시대의 기록에 관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전한다.
BY 2025.3.25 이주은 PD
나는 결코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지 않는다. 나는 계속 쓰고, 혼자 헤매기 위해 기록한다. 그리고 대외적인 결과물은 이 기록과 메모 더미 중 일부를 꺼내 이리저리 궁리해서 붙이고 자르고 재가공한 것일 뿐이다.
--- p.15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공짜로 포식할 수 있는 오늘날, 우리의 설익은 욕망이 뭉쳐진 검은 덩어리는 언제까지고 우리에게 죄책감 덩어리로 남을 뿐이다. 큰맘 먹고 수많은 북마크, 저장된 기사 가운데 의무감으로 어떤 것을 실제 보고 난 뒤 어떻게든 그에 대한 기록을 남기려는 것 역시 저장 강박의 연장선상이다. 그리고 이는 기록 전문가들의 기록법, 생각 정리법 등의 강의가 비싼 값에 팔리는 세태를 둘러싼 풍경이다. 하지만 한 번쯤 질문을 던져볼 필요는 있다. 그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 p.23
나는 에디터라는 직업을 무척 좋아한다. 일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재미있는 것을 찾아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일.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냉소하는 대신 기어코 의미를 만들어내는 일.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것이어서 좋다.
--- p.33
이야깃거리가 되겠다 싶으면 득달같이 채집해서 기록 주머니에 넣는다. 에디터에겐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이 없다.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기웃거린다. 그 반대인가? 아무튼.
--- p.33
무엇을 기록하는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어디에 기록하느냐다. 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하고, 필요할 때 신속하게 꺼내 쓰는 것도 능력이니까. 일단 고백부터 하자면 나는 기록을 많이 하는 사람이지 체계적으로 하는 타입은 아니다. (…) 너무 완벽한 규칙과 체계를 세워놨을 때 오히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험을 자주 했다.
--- p.37
잊혔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 우리 뇌에 저장된다는 걸 연차가 쌓이며 깨달았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아이데이션을 하면 놀랍게도 뇌는 잊힌 줄 알았던 정보를 불러낸다. 그리고 무의식의 영역에 가라앉은 정보도 장기적으로는 나의 관점을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게으른 기록자로서 나는 확신한다. 본 것은 달아나지 않는다.
--- p.58
에디터로서 남들이 다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널리 회자되는 기획을 하려면? 우선 내가 보는 정보의 양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기록보다 중요한 건 무언가를 꾸준히 보는 습관이다. 인풋이 습관화되면 기획할 때 두 가지 레이더가 작동한다. 과거부터 누적된 정보에서 바로 아이디어를 끄집어낼 수도 있고, 일상에서 숨 쉬듯 접한 콘텐츠에서 지금 필요한 아이템이나 인물을 발견할 수 있다.
--- p.61
에디터는 관찰하고 발견하는 사람이다. 매일 시시각각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맥락을 발견하고 의미를 골라내 개별적인 정보를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사람이다. (…) 누구보다 눈 밝은 관찰자가 되어야 하고, 성실한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
--- p.84
나의 기록 습관은 상당히 단순하다. 체계적으로 정보를 저장하지도 않고, 전문적인 노트 앱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기본이 되는 도구는 총 네 가지인데, 앞서 소개했던 모바일 사파리 브라우저의 아이클라우드 탭, 맥과 아이폰의 ‘메모’ 앱, 싱스 앱, 그리고 종이 노트다.
--- p.108
대단한 깨달음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혼란스러웠던 감정을 ‘혼란스러웠다’라는 문자로 써서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분명한 건 기록은 어떤 식으로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준다는 사실이었다.
--- p.121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않는 기록도 많지만, 나는 수많은 기록을 남기는 과정에서 스스로 답을 얻고, 글 속에 좀 더 완만한 길을 내며 독자에게 쉽게 읽히는 글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면 메아리로 흩어진 줄 알았던 목소리는 언젠가 선명한 귓속말로 돌아온다.
--- p.128
아이폰 메모장의 메모는 어느새 1400개를 향해간다. 매일이 마감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시의성이 중요한 콘텐츠를 만들려면 곧바로 기록하고 필요할 때 바로 찾아 쓸 수 있는 기록 도구는 필수다. 패션은 트렌드뿐만 아니라 계절과 환경, 각종 이슈에도 영향을 받는다.
--- pp.143-144
당장은 파편처럼 보여도 바로바로 쌓아두는 기록이면 충분하다. 때로는 촌각을 다투며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패션 에디터의 일, 종종 책상 앞에 각 잡고 앉으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마는 내게 파편은 모여 든든한 ‘믿는 구석’이 된다.
--- p.148
앞으로는 콘텐츠를 그저 소비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발견한 좋은 콘텐츠를 자기 언어로 정리하고, 기록하고,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자양분으로 축적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콘텐츠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이야말로 콘텐츠의 시대를 살아가는 기본자세일 수 있다.
--- p.164
내가 못하는 건 기록보다는 정리에 가깝다. 나는 정리를 잘 못하는 대신 무조건 많이 찾아보고 흡수하고 쌓아둔다. 뭐든지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내 것이 되도록 모으는 버릇이 있다. (…) 잔뜩 쌓아둔 물건 중에 필요한 것을 바로 찾아내기도 어렵다. 하지만 ‘잘 쌓아’두지 않았다고 무엇도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재쓰비의 노래 가사처럼 “아무것도 아닌 건 아무것도 없”다.
--- p.186
마감에 돌입하면 우리는 진심으로 전력 질주한다. 과거에 머릿속에 저장해두었던 ‘좋아하는 것’들의 기록을 찾아가면서 온갖 능력치를 풀가동하는 것이다.
--- p.198
일상의 초점을 원거리와 근거리로 바꾸다보면 새로운 글감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내 눈앞에 계속 있던 것도 관심이 없어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주 만나지만 늘 그냥 지나쳐서 몰랐던 어떤 단어,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 아이와 함께 놀았던 경험 등 그 현상의 이면에 무엇이 있을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내 생각은 어떤지 곱씹다보면 그 생각과 입장을 글로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된다.
--- p.216
J. K. 롤링과 크리스토퍼 놀런의 메모에서 또 하나 눈여겨본 것은 둘 다 ‘손으로 직접 썼다’는 사실이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키보드보다 손으로 글을 쓰는 걸 권한다. 한글 키보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만 입력 방향이 정해져 있어 의식의 흐름을 자유롭게 따라잡으며 두서없이 적기에는 손이 낫다. 처음에 PC나 노트북으로 쓰기 시작했더라도 중간에 이를 종이로 출력해 소리 내 읽고 그 위에 다시 손으로 쓰거나 노트에서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친다.